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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느낌

눈밑이 부으신 할머니

뉴욕 맨하탄 32번가 한인 성당의 성가대에서 몇년간 활동 하였다.

그 성가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으뜸은 84세의 백발 단발머리의 리따 할머니이시다.

우연히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어느 날 할머니와의 대화 후에 남겨둔 글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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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할머니 눈 밑이 붉게 부어 있길래 여쭤 봤다.


“할머니, 우셨어요?”


"응, 첫 애기 난 엄마가 맞는 첫 생일이자나. 그래서 아침에 내가 카드를 썼어요. 카드를."

"아, 카드 쓰시다가 우셨어요?"

"내가 아침에 카드를 쓰는데 막 마음이 울컥 했어요. 응.... 그런데 눈물은 안났어."

"아 네.. 그런데 눈 밑이 부으셨어요."

"아 글쎄.. 울지는 않았는데."...


우리 성가대의 한 여자 대원이 얼마전에 아기를 낳았는데, 그 사람을 위해서 카드를 쓰셨단다. 


한참 있다가.

몇번을 또 말씀하신다.


"세상에. 이제 막 첫 애기를 낳은 엄마가 맞는 첫 생일이야. 얼마나 기가 막혀. 에휴... 아주, 내가... 그래서 카드를 썼어요."


몇번을 같은 말씀을 되풀이 하시는 할머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지 나는 상관 안해요.

나도 자식은 있었어요. ..." 라고 말문을 여셨다.


할머니는 스물 몇살에 갓 낳은 첫 아기를 잃으셨다고 했다.

몸이 너무 약하셔서 친정집에서 몸 조리를 하는 사이, 아기가 죽었다고 하셨다.

그 소식을 들은 남편은 얼마 후에 집을 나갔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을 원망 한적 없어요.

그 사람이 어떤 다른 여자 만나서 살림을 차렸다기에 잘 살기를 바랬어요.

아 그런데 어느날 자살을 했다는 거예요.

참.. 안됐지.

나야 미국으로 왔지.

아... 잘 살지. 왜 자살을 해요. 에휴.”


바람 불면 날아가버릴 듯한 너무나도 작은 체구의 할머니.

뉴욕에서만 40년을 패션업을 하셨었다고 했다.

지금은 Lex와 Baxter, 두 강아지와 함께 맨하탄 31번가 브로드웨이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계신다.

할머니의 유일한 보람. 성가대 사람들을 비롯해 성당 한사람 한사람 챙기시느라 매일 분주하시다.


우연히 찾은 글을 보고나니 너무나도 그때가, 할머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