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느낌

오일장의 늙은 호박

언양에는 아직 오일장이 선다. 가보려고 별러보았지만 2일 과 7일에 선다는 날짜 맞추기가 참 쉽지 않더라.

우연히 지나다가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많다는걸 보고 장날인가 했다.
마침 늙은 호박을 사고 싶어서 장으로 들어 갔다.

그런데 늙은 호박은 아무리 뒤져봐도 없는거예요. 둥근 애호박을 팔고 계시는 어느 할머니께 여쭤봤다.

"인자 철이 다 지나버려서 안팔아예"
"아 그럼 못사는 거예요?"
"우리 무글라고 남겨둔 것은 있다. 뭐 꼭 필요하다카믄 갖고와 볼까만"
"네 꼭 갖고와주세요. 제가 꼭 살께요."
"그라문 내 다음 장에 가져 올께"
"네 네 부탁 드려요. 5일 뒤죠?

5일 뒤였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려갔다.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오신 호박은 참으로 잘생긴 녀석이었다.

"색시가 부탁 했으예~ 내 가져왔지. 거기 보고 맘에 들면 데리가고~"

"아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잊지 않고 갖다 주신 그 따뜻한 마음.

언양이 더욱 따뜻하게 와 닿았다.



남편과 함께 데리고 온 호박. 거 참 잘생겼다.